필자는 G마켓이 사이트의 완성도가 높거나 훌륭한 사이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홈쇼핑 계열의 쇼핑몰처럼 고객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타의 쇼핑몰들이 G마켓에 해볼 수 없는 건 상품수/상품구색과 가격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가격과 상품을 보고 구매하지 어디에서 파느냐를 보고 사는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쇼핑몰의 최우선 가치는 상품구색과 가격경쟁력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해서 자신들이 그런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도 이런 부분을 강조하는 건 맞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안하느니만 못한 경우도 있다.
11번가는 대표상품홈에서 다나와 DB를 통해 경쟁사들과의 가격비교 정보를 제공한다. 동일 상품에 대해 11번가 내부에 있는 판매자들간의 가격비교 외에도 옥션, G마켓, 인터파크, 디엔샵 등과 같은 경쟁사들의 가격정보도 친절(?)하게 제공을 해준다. 이걸 보면서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 백화점, 전자제품전문샵, 종합쇼핑몰, TV홈쇼핑 등 온오프라인에 널려있는 여러 구매경로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다가, 구매 가능성을 가지고 11번가의 상품페이지까지 찾아 온 고객에게 자사보다 저렴하게 팔고있는 경쟁사의 가격정보를 보여준다...?(경쟁사 가격을 클릭하면 친절하게 경쟁사 상품페이지까지 연결을 시켜준다, 거기에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리스트로 보기를 하면 경쟁사들의 가격정보만 리스트로 노출될 뿐 자사가 판매하는 상품정보는 리스트상에 없다)
사실 쇼핑의 과정에 있어 쇼핑몰(그게 종합쇼핑몰이든 오픈마켓이든)이 수행하는 부분은 거의 10~20%도 되지 않는다. mp3를 구매한다고 가정 했을때 어떤 브랜드, 어떤 특징을 가진 제품을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살지 정보를 찾으며 고민하는게 80~90%라면, 여러 대안중 최종 구매처중의 하나인 쇼핑몰은 결제와 배송, CS로 이루어지는 실제 구매과정 처리가 주된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매 가능성을 가지고 힘들게 찾아 온(혹은 낚은) 고객을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린다는 건 "나 돈 벌기 싫소, 장사하기 싫소"와 똑같은 이야기다. 마치 낚시꾼이 거의 다 잡은 고기를 옆에 있는 다른 낚시꾼에게 여기 입질이 좀 있는데 잡아갈려면 잡아가시오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제 오픈마켓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11번가가 그 정도로 여유있고 배가 부른지(?) 잘 모르겠지만, 배짱 하나 두둑한 건 인정할만 하겠다. 필자의 예측으로는 "가격비교"서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의 형태가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반면 인터파크에서는 이와 비슷한 가격 비교 서비스를 다른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e최저가"라고 자사 상품중 경쟁사를 포함한 인터넷 최저가 상품만 가격비교를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결국 이 상품만은 제일 싸니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여기에서 사라는 이야기다. 이런 정도의 절충안이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합리적이라면 합리적이라 할 수 있겠다.무엇인가 하나 중요한 서비스 요소가 있다해서, 자신의 위치나 상황을 간과하고 그저 그걸 중요하다고 뒤쫓다 보면 이처럼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웃지못 할 서비스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기획자는 냉철한 자세를 가지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정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 그것이 가지는 사업적 성패나 이해득실까지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그냥 좋은 아이디어 생각해내거나 파워포인트로 화면 기획안만 만들어내라고 기획자가 있는게 아니다. 항상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과 그 앞단까지 멀리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웹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할 것 없이 꽤 고사양의 PC를 가지고 있다. 몇 개의 프로그램을 돌려도 무리가 없는 빵빵한 CPU와 메모리, 스크롤을 적게 해도 첫 화면에 많은 내용이 보이는 큰 크기의 LCD 모니터 등 회사에서 쓰는 PC는 가정에서 쓰는 PC보다 더 우세한 사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학생이나 어린 자녀가 없는 가정은 오래 전에 구매한 저사양의 PC로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 때 흔히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사용자의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 환경을 자신의 환경과 동일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사양의 PC와 저속의 인터넷에서는 돌아갈 수 없는 서비스나, 작은 화면에서는 사용하기 매우 힘든 화면들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1. 사용자 환경을 고려해 여러가지 방법을 제공해주자
홈쇼핑 방송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해주는 CJ몰(eTV홈쇼핑)과 GS이숍(TVeshop)의 동영상 서비스를 살펴보도록 하자. 양사 모두 SEELIVE라는 H.264 기반의 고화질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CJ몰은 SEELIVE를 이용한 고화질 이외의 다른 시청 방법을 제공하지 않고 있고, GS이숍은 고화질 방송과 함께 표준화질이라고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생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 H.264는 고화질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지만 저사양의 일부PC에서는 CPU 과다사용으로 브라우저를 다운시키거나 PC 멈춤 현상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CJ몰은 이런 사항에 대한 안내도 없고 한 가지 방법만 제공하기 때문에 저사양 PC사용자가 접속해서 시청 도중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GS이숍은 고화질 방송 시청에 적합한 PC사양 안내와 문제 발생시의 도움말을 제공하고,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활용한 저사양 PC 시청까지 지원해주어 다양한 환경의 사용자가 원활하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2. 다양한 해상도, 운영시스템(OS)에서도 잘 보이게 만들자.
과거에는 사람들이 쓰는 모니터의 크기가 제한적이었다. 15인치대가 주류였고 그보다 큰 것은 가격도 비싸고 LCD가 아닌 이상 공간을 많이 차지했기 때문에 별로 쓰이지를 않았다. 따라서 화면 해상도를 800x600을 기준으로 잡고 많이 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CRT 모니터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모니터 사이즈도 15인치 대~20인치대까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상도 역시 여러 다양한 모니터 환경에서 다 잘 보일 수 있게 신경을 써줘야 한다.
이런 다양한 상황에 대한 설정을 일일히 확인하기 힘들지만, Web Accessibility Toolbar 같은 걸 활용하면 해상도를 원하는대로 간편하게 시물레이션 해볼 수 있고 페이지 다운로드시간, 문서구조는 물론 웹표준과 관련된 다양한 상황들을 테스트 해볼 수 있다.
또 운영시스템(OS)도 윈도우, 맥뿐 아니라 같은 윈도우라도 윈도우95, 98, XP, 2000, Vista 등 그 버젼도 다양하다. 윈도우 버젼에 따라서 같은 페이지라도 달라보이기도 하고, 똑같은 팝업도 OS에 따라 일부가 잘라져 보이거나 에러가 발생하기도 한다. 완벽하게 모든 상황에 다 잘 보이고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할 수는 없더라도 대다수의 사용자가 쓰는 환경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사용자 환경 이해가 필수인데 그다지 어렵지 않게 사용자 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
일정 규모를 가진 회사라면 다 로그분석 시스템이 있고 거기에서 고객들의 사용자 환경 정보를 참고하면 자사 고객들의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 환경을 쉽게 파악 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없더라도 이와 비슷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가장 대중적인 사용 환경에 맞춰 서비스를 기획하고 이상이 없는지 테스트를 해 주는 게 좋다. 웹로그 분석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비즈스프링은 InternetTrend™(인터넷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인터넷통계를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다. 5억PV/월의 샘플링 데이터를 가공해 만든 자료로 전반적인 사용자 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2008년 2반기(4~6월) 동안 인터넷 사용자의 화면 해상도와 운영체계(OS) 사용 현황을 InternetTrend™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머리속으로 막연하게 감으로 예측해서 하는 것과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서 분석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정확한 정보들을 활용하면 기획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
[ InternetTrend™ 통계로 살펴 본 2008년 2분기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운영체제(OS) 설치 현황]
3. 가급적 크로스 브라우징이 되게 하자.
크로스 브라우징(Cross Browsing)은 간단히 이야기하면 인터넷 익스플로러, 파이어폭스, 오페라와 같은 서로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해도 웹페이지를 보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서 일반PC, 모바일 디바이스 등 하드웨어나 플랫폼에도 구애받지 않고 웹페이지가 상호 호환되게 해서 정보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너무 거창하고 일단 당장 국내 환경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사이트를 접속해서 정보를 보는게 불가능한 곳이 태반이다.
[ InternetTrend™ 통계로 살펴 본 2008년 2분기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브라우저 이용 현황]
물론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적은 것도 그 이유이기는 하지만 웹서비스를 공급하는쪽에서 지나치게 MS 인터넷 익스플로러 한 쪽으로 편중해서 이런 환경을 조장(?)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 또한 적지 않다. (한 번 생각해보자. 밥을 떠먹을 때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사이즈, 똑같은 숟가락, 똑같은 방법으로 먹는다면 이 얼마나 획일적이고 우스운 일인지 말이다. 무슨 군대도 아니고 말이다... 숟가락이 서로 달라도 밥을 떠 먹는데 지장이 없어야 하는 것처럼, 정보 취득 역시 브라우저가 달라도 지장이 없어야 한다)
기획자가 이런 부분을 열심히 챙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정보 접근 방법에 대한 다양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웹서비스 공급자는 고급/초급 사용자, 장애인, 노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쉽고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 해주어야 한다. 크로스 브라우징 지원은 그 작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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